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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 영화 '엘리멘탈'을 보고

by 테이리 2024. 3. 23.

엘리멘탈은 이미 개봉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최근에 비행기 안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무료한 비행기 안이지만 의외로 좁고 불편한 좌석에 앉아서 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기는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끝까지 다 본 영화였다.

 

네 가지 원소의 세계

이야기는 불, 물, 공기, 흙 네 가지 원소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인 '불'과 불 종족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물' 종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설정은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가 주장한 사원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것이다. 각 원소가 지닌 독특한 성격과 특성을 묘사하는 방식은 인사이드아웃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연상시킨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처럼 각 원소 종족의 특성과 차이점은 영화 안에서 흥미를 일으키는 재미요소와 각 캐릭터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장치가 된다.

불과 물의 만남

 

한국적 요소가 가미된 불의 캐릭터

영화의 감독은 재미교포로 알려져 있으며, 주인공 불의 이름인 '아슈파'가 한국어 '아빠'에서 유래했다는 점, 고향을 떠날 때 전통적인 한국의 인사법인 절을 하는 모습 등이 한국적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세부사항은 영화에 깊이를 더하며,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이주했음에도 변치 않는 가족주의와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를 반영한 이야기는 영화를 더 풍부하게 한다.

 

평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영화는 서로 다른 원소 종족에 속한 두 주인공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여러 시련과 고난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결코 시시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특히 불의 캐릭터가 한국인/동양인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에서 오는 새로움이 흥미로웠으며,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진 불의 여성 캐릭터 설정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네 가지 원소가 모두 공평하게 다루어지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소의 세계를 상상력 넘치게 묘사한 부분은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기차가 지나가면 비가 내리는 물동네의 기찻길, 열기에 의해 증발하는 물, 유리를 녹이는 불의 능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어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

불이 유리를 이용하는 자신의 예술적인 능력을 살리느냐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택을 하느냐 하는 고민은 아마 대한민국의 자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큰 틀에서는 내가 원하는 과에 진학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부모님의 기대에 의해 내가 가려던 방향이 휘고, 다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어서 한 선택은 대부분 후회로 남고, 내 인생을 크게 돌아가게 만드는 우회로를 주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불의 선택이 더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감독 피터 손의 섬세한 손길

피터 손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려 노력했다. 그는 특히 한국적 요소와 개인적 경험을 영화에 녹여내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했다. 감독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엘리멘탈은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넘어, 가족, 사랑, 개인의 성장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 이후의 흥행작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흥행한 영화들 중에서 엘리멘탈은 제작의 섬세함과 함께 다양한 관객층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 이후에 이전처럼 사람들이 극장에 많이 가지 않게 되면서 만듦새가 헐거운 영화들이 흥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영화 시장의 성수기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느낌이 묘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감동과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모든 관객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관객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한편으로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