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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마틸다' 후기: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

by 테이리 2024. 3. 22.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뮤지컬 마틸다를 보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자신의 가장 친한 학교 친구 중 한 명이 마틸다를 보러 간다고 했다며, 자기도 보러 가고 싶다고 하는 거였죠.

 

아이는 그 전날까지만 해도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은 전혀 관심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는 그동안 같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는 읽었어도 마틸다는 읽지 않았는데, 선호도가 얼마나 금방 바뀌는지 웃음이 나왔어요.

그날로 바로 뮤지컬 티켓을 예약하고, 아이는 그동안 마틸다 책을 여러 번 읽었어요.

그리고 기다리던 날이 마침내 왔습니다 - 바로 텀 브레이크가 있던 주의 토요일!

 

마틸다

마틸다는 한국에서도 아이들 영어책 읽기용으로 유명한 작가 로알드 달의 고전 중 하나로, 그의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그의 작품을 읽으면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영국적인 느낌을 받게 되죠. 로알드 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죠?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상상력과 특색 있는 캐릭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훈으로 유명해요. 그의 책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으며, 일부는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우리가 본 마틸다 뮤지컬도 그중 하나이죠.

 

샌즈 시어터

뮤지컬을 본 곳은 바로 샌즈 시어터였어요.

우리가 이전에 마리나 베이 샌즈에 머물렀을 때, 호텔 기념품샵에서 산 모노폴리 게임이 있는데, 그곳의 모든 장소가 호텔 내부의 가게와 서비스로 되어 있었어요. 그중에 바로 이 샌즈 시어터가 있었죠.

장소 이름을 듣고 나서, 너무 익숙해서 아이도 눈이 동그랗게 놀랐어요.

공연장은 총 3층이었고 우리는 2층 마지막 줄에 앉았어요.

조금 멀었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다음번에는 1층에서 보고 싶네요.

 

여기 살면서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서양인을 본 적이 없어요. 아마도 영국 작가의 이야기라 영국인들이 많이 왔나 봐요. 가족 단위로 많이 와서 분위기도 자유롭고 좋았어요.

이 정도로 웅장하지는 않아요.. ㅋㅋ

 

이런 내용이었다니

사실 저도 마틸다의 내용을 잘 몰랐어요. 책을 읽어본 적도 없고요.

뮤지컬은 영어로 진행되었는데, 제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머리 돌리기 장면이나 아이가 부르던 'When I Grow Up' 노래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어요.

 

마틸다는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고 지적으로도 뛰어난 아이였는데, 아빠는 남자아이만 바라고 무책임한 엄마 사이에서 사실상 아동학대를 당하며 자랐어요. 아빠는 마틸다를 항상 'boy'라고 불렀고, 마틸다는 항상 그걸 정정하죠.

처음에 교실 장면에서 똑똑한 마틸다가 선생님 질문에 줄줄이 대답해서 선생님이 놀랄 때, 나중에 마틸다가 수업을 방해한다고 혼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다수가 듣는 수업을 방해하는 정 맞는 모난 돌 취급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요. 그런데 다행히도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이야기가 흘러갔고 마틸다는 선생님에 의해서 그 특별함이 발견되고 지켜지죠.

 

내용을 길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이야기 속의 나쁜 부모와 동일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아이의 특별한 점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 특별함을 알아본 선생님보다 제가 아이를 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이미 가지고 있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아이를 획일화시키려고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극 내용에 푹 빠져서 아주 재미있게 보았어요. 중간에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 같은 부분에서도 열심히 대답하고 소리 지르며 신나 하더라고요. 아이가 크게 말하는 것에 잠깐 안절부절못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아이들 모두 신나서 떠들더군요. 다들 아주 즐거워 보였어요. 

 

답은 없지만

양육에 있어서 정답은 없고,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접근이 옳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죠. 제 자신의 가치관도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같이 변해왔습니다. 권위주의적 교육과 체벌이 일반적이었던 학창 시절을 지나, 개인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변화를 경험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잘 관찰하고 그들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면서 규칙을 가르치고, 아이에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고 가능하면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제가 예민하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아이가 편안함과 신뢰를 느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뮤지컬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올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재미있게 즐기면서 보았고, 또다시 오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이의 마틸다 책을 펼쳐서 읽고 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같이 읽어보려고요.

책을 읽으면서 이 극의 교훈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